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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웅진성주 예식과 1400년 후 공주사람들
작성자	윤여관	작성일	2010-11-24
첨부		조회	1,223

1400년전 나당연합군에게 패퇴를 거듭하며 사비성이 함락되고 급히 웅진성으로 몸을 피신한 의자왕은 백제 전역에 연락을 하여 항전의 결의를 다졌다고 합니다. 실제 당시의 기록들을 살펴본 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 적어도 3, 4년 이상의 저항을 할 수 있는 역량을 백제는 갖추고 있었다고 합니다. 일본사기에는 3만의 원병을 보냈다는 기록이 있고 최소 1만 이상의 병력이 원병으로 금강까지 온 것으로 보여집니다. 여러 곳에서 의자왕이 잡혀 넘겨진 후에도 저항이 계속됐고 웅진도독부를 세워 소정방이 곰나루도독부에서 16년이나 주둔하였던 것으로 미루어 보더라도 저항운동은 매우 거셌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결국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 후백제까지 세워지게 되기도 했구요. 이런 모든 의지를 한순간 뒤집어 버린 배반이 웅진성주 예식에 의해 이루어졌습니다. 급히 피신한 의자왕에게는 소수의 호위병만이 있었을테고 웅진성주는 자신의 왕을 배반하고 호위병들을 척살하거나 무장해제 시킨 후 왕을 묶어 성문을 열고 항복을 합니다. 혹시 예식이 백성을 너무 사랑하고 전쟁으로 인한 희생을 줄이며 전쟁 자체를 종식시키기 위해서 성을 버리고 초야에 묻히려고 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 뒤에도 사기에 고위직으로 기록되고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서는 ‘왕위를 버리고 산으로 들어간 자공’의 무욕, 애민 같은 군자의 덕과는 반대편인 물욕과 패권에 찌든 소인배였던 것이 확실한 것 같습니다. 상상을 더해 보면 왜 승전국 당은 패망국인 백제의 저항진압을 위해 당시 백제영토의 중심으로부터 벗어난 지역이고, 한때 왕성이었던 웅진에 도독부를 세웠을까? 예식이란 성주와 당시 웅진성의 사람들이 ‘자신의 왕과 나라를 배반하는 모종의 결단’에 대한 보상이었을 것이라는 예측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아마도 그 배반의 결단에 참여한 역도들에게는 백제 주요지역의 수장자리가 하사되었을 것으로 예측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점령국 당으로서는 당연히 점령국에 충성할 개들을 원했을테니까요. 그러면 당시 웅진성 안에 살던 많은 사람들 중에 자신의 왕을 잡고 나라를 배반해서 당지배의 앞잡이가 되는 것에 반대하던 사람들은 없었을까요? ‘존게 존거 아닌감?’이라는 회유를 당하거나 다 죽었겠지요. 좀 더 깨어 있고 미래를 내다보고 혈기가 있는 이들이 많았더라면 공학적으로도 웅진성주 예식은 배반 자체를 감히 꿈꿀 수 없었겠지요. 선거로 지도자를 뽑는 민주주의도 허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수결이라는 공학적 판단만이 판단의 전부일 경우 한 사회가 지향해야할 철학적 문화적 방향은 훼손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일컬어 거역, 반역이라고 하지 않던가요? 그래서 지도자의 도덕성과 자질은 여전히 앞으로도 항상 중요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제도로써 자리를 잡은 나라들은 지도자의 작은 흠결도 용서하지 않는 것 아닐까 합니다. 사자는 외부의 적에게 잡혀 먹히지 않는다고 합니다. 내부의 기생충으로 죽는답니다. 1400년 전 백제를 멸망시킨 결정적인 것은 당이라는 외부가 아니라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했던 예식과 웅진성사람들이었습니다. 1400년 후 공주사람인 우리들에게는 어떤 역사적인 부채 같은 것이 짐 지워져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극히 상식에 기대어 판단하더라도 이건 아니지 않나요? 430만원짜리 TV, 280만원짜리 침대, 쏘파, 런링머신........2,000만원이 넘는 소모성 집기들까지 세금으로 구입할 수 있는 시대에 제가 살고 있다는 것이 의심스러울 뿐입니다. 행정의 구멍은 차치하고 생존 자체가 어려운 사람들이 이토록 많은 시점에 그 침대에서 잠이 올 수 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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